글쓰기 훈련 4일 차입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10분간 몰입하여 메모를 써 보았습니다.
평일 출근 후 작성 한 글이라 출근 이후 단상이라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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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후, 자전거와 헬멧들을 정리하고선 탕비실로 향한다.
아침 7시 전후, 이 시간에 커피 한잔을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시려고 노력 중이다.
나는 넓은 공간에 혼자 있으며 시간을 누리는 호사를 좋아한다.
사무실에 아무도 없는 조용한 시간에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내가 할 일과 아침에 있을 일들을 생각한다.
커피 그라인더로 원두를 '드르륵, 드르륵' 갈아본다.
신선한 커피향이 땀에 젖어 코 주변에 붙은 마스크를 넘어 느껴진다.
커피콩 보관용기가 완벽하게 밀폐되지 않았던 탓인지, 전날보다는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문득, 500g씩 주문해서 쓸껄 이라고 1kg 커피용기를 보며 조금은 후회했다.
커피든 뭐든 딱 필요한 만큼만 사서 가장 신선하고 즐겁게 쓰는것이 제일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시공간을 과소비하는 취향이 생긴 것은 어느 겨울날 와이프랑 놀러간 호텔에서였다.
아침잠이 유달리 없는 나는 매번 호텔에서도 새벽 4시쯤 일어나곤 하는데,
그 시간에는 호텔에서 할일은 크게 많지 않다.
헬스장은 5시가 되어야 문을 열 것이고, 사우나도 5시 전에는 가장 부지런한 호텔 직원들도 출근하기 전이다.
그래서 나는 와이프가 곤하게 잠든 호텔 방에서 좀도둑처럼 발소리를 죽이며
읽을 책을 챙겨 로비로 향했다.
호텔로비는 새벽시간이 가장 호화롭다.
붐비는 시간에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놓인 고급 소파들은 텅 비어있고,
리셉션 직원들은 한 두명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딱히 바빠 보이지는 않았다.
큰 창문을 통해서는 아직 해가 뜨지 않은 바다가 시커멓게 자리 잡고 있었고,
층고는 높고, 바닥은 카펫이라 큰 공간에 비해 소리는 차분했다.
아무 방해 없이 넓은 공간에서 책을 읽었던 그 시간이 너무 좋았다.
마치 나를 위해 이 공간이 주어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나에겐 새벽시간이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이전에는 새벽이 그저 아침잠이 없던 내가 견뎌내야 하는 징벌같은 시간이었다면,
평소에는 붐비는 공간들을 독점할 수 있는 호기로운 시간임을 깨달았다.
평일에는 고작 회사 사무실에서 커피 한잔 여유 있게 내려먹는 시간일 뿐이지만,
주말에는 일찍 문 여는 카페를 찾아가 오롯이 그 공간을 점용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랐던 시간들의 용법에 새로이 눈을 뜬 것이다.
새벽 운동이나 겨우 나갔다가 몰래 들어오던 시간들이
이제는 호기롭게 공간을 사용할 수 있어 기다려지는 시간이 된 것이다.
오늘도 이렇게 앉아 사무실을 용도와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
나는 오늘 아침에도 이렇게 호사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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